대표는 누구? 사기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15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특히 이번 경선은 대의원과 당원, 시민 등 80만명에 육박하는 선거인단이 참여,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면서 9명의 후보들은 정견발표를 통해 이날 현장투표에 나서는 2만1천여명의 대의원 표심을 잡는데 주력했다.
= 구호.응원 경쟁 '치열'=
0..9명의 후보 지지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준비한 노래와 구호를 외치고 율동을 하며 대의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후보의 상징색을 활용한 목도리나 모자, 의상을 착용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문성근 후보는 보라색, 박지원 후보는 노랑색, 김부겸 후보는 주황색, 박영선 후보는 분홍색, 이인영 후보는 빨간색, 이강래 후보는 초록색을 각각 드레스코드로 정했다.
박영선 후보 측은 키다리인형을 동원하고 김부겸 후보 측은 영화 '황산벌'을 '달구벌'로 패러디한 포스터를 내걸었으며 이학영 후보 측은 자전거에 조형물을 부착한 아트바이크를 끌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오후 1시가 넘어서면서 전국 각지에서 대의원들이 속속 도착하자 행사장 밖은 각 후보를 응원하는 함성과 구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보자와 지지자들은 건물 입구부터 행사장 입구까지 일렬로 늘어서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마지막 한표를 호소했다.
한명숙 후보는 백원우 최재성 이용섭 의원을 대동했으며, 박지원 후보는 박기춘 김희철 이윤석 전현희 의원 등과 함께 나란히 서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이강래 김부겸 이인영 박용진 후보도 행사장에 들어가는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했다.
오후 2시 사회를 맡은 김유정 민주통합당 대변인과 백대진 한국노총 대외협력실장의 소개로 후보자들이 등장할 때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문성근과 박영선
(고양=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5일 오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문성근, 박영선 후보가 후보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2012.1.15 seephoto@yna.co.kr후보자들은 무대에 올라 손을 높이 들고 흔들며 지지자들에게 화답했다.
= 후보별 차별화 시도 =
0..후보들은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각자의 부스에 현수막을 내걸어 마지막 메시지로 대의원들의 표심에 호소했다.
한명숙 후보는 '더 큰 하나 더 큰 승리'를, 박지원 후보는 '준비된 당대표 검증된 리더십'을, 이강래 후보는 '뿌리깊은 통합으로 총선승리 정권교체'를 구호로 내세웠다.
박영선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리더십', 이인영 후보는 '총선 승리의 야전사령관', 김부겸 후보는 '죽을 각오하고 대구로 가는 김부겸을 도와주십시오'를 제시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시민통합당 측 후보인 문성근 후보는 '민주통합당을 확 바꾸는 길. 문성근을 당대표로', 이학영 후보는 '시민이 만드는 첫번째 당대표', 박용진 후보는 '민주진보세력의 통합'을 내걸어 차별화를 노렸다.
행사장 밖에서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에서 나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폐기와 KTX민영화 저지 등에 관한 서명운동을 벌였다.
= 한국노총 세 과시 =
0..구(舊) 민주당, 시민통합당과 함께 민주통합당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한국노총은 이날 전당대회를 통해 세를 다졌다.
한노총 소속 민주통합당 대의원 2천여명은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12시30분께부터 행사장 밖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이라고 적힌 붉은 스카프를 두른 대의원들은 행사장 밖에 설치된 연단에 차례로 올라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노동조합법 개정 등 핵심 노동 의제를 구호로 외쳤다.
박지원 이강래 등 일부 후보는 집회 현장에 와서 한노총 소속 대의원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 정계 인사 총출동 =
0..이날 전당대회에는 권노갑 문재인 이해찬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장상 등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지원 후보연설
(고양=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5일 오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2012.1.15 seephoto@yna.co.kr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최성 고양시장 등 민주통합당 소속 자치단체장들도 대거 나왔다.
외부에서는 한나라당 권영세 사무총장과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 주한 미국ㆍ중국ㆍ일본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새 지도부 출범을 축하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화환을 보냈다.
= "내가 적임자"..연설로 호소 =
0..9명의 후보는 각자에게 주어진 10분의 정견발표에서 온 힘을 다해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킨텍스 제1전시장 4ㆍ5홀을 가득 메운 2만여명(추산)의 대의원들은 각 후보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선택을 저울질했다.
사전 추첨 순서에 따라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이인영 후보는 "한나라당의 가짜 쇄신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변화해야 한다"며 "박근혜 위원장이 버티는 한나라당 맞은편에 젊은 대표의 깃발을 꽂아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한명숙 문성근 후보는 자신이야말로 야권 통합의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한명숙 후보는 "30년간 시민사회에서 여성ㆍ노동자ㆍ농민과 함께했고,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정치의 기본과 원칙을 배웠다"며 "누가 다양한 세력을 아우르고 하나로 녹여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은 자기의 권력을 만들려는 욕심을 버린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위원장과 싸워 이길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성근 후보는 자신이 야권 통합 운동의 제안자였음을 강조하며 "민주통합당과 모든 정파를 융합하는 거대한 용광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문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6월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특검을 열어 중앙선관위 디도스 테러 사건에 이명박 대통령이 법적으로 책임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반드시 탄핵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명숙 후보연설
(고양=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5일 오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2012.1.15 seephoto@yna.co.kr박영선 후보는 "그들(이명박 정권)에 맞서 노무현 수사, 한명숙 수사, BBK 수사가 잘못됐다고 치열하게 싸워왔다"며 "1% 특권층을 대변하는 박근혜에 맞서 99%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싸우겠다"고 외쳤다.
박지원 후보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박지원이다"라며 자신의 경륜과 경험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으며, 시민단체 출신인 이학영 후보는 "정치인만의 정당이 아니라 시민의 정당, 생활 속 이야기가 정책이 되는 정당을 만들어보자"고 강조했다.
김부겸 후보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구에 가서 지역주의와 정면승부하겠다"며 대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강래 후보는 "민주통합당이 탈 호남노선을 지향하다 결국 문을 닫은 열리우리당의 전철을 안 밟으려면 대의원들이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호남 세력의 결집을 시도했다.
박용진 후보는 "한표는 유비같이 훌륭한 당대표에게 보내고 한표는 청년 장수 조자룡 같은 제게 달라"며 대의원의 2번째 표를 공략했다.
후보자들은 공천 혁명, 노동 현안 해결, 한미 FTA 폐기 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당내 주요 축으로 떠오른 한노총의 표심을 잡기 위한 구애 작전이 두드러졌다.
박용진 후보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최고위원이 되겠다"며 "노동자 파업 때문에 세 번이나 감옥에 가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청춘을 다 바친 저에게 한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김부겸 후보는 "그동안 소홀했던 노동계 현안에 대해 반성하고 신발끈을 고쳐매겠다"고 말했고, 박지원 후보는 "이제 노동자와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정견발표 도중 이학영 후보는 연설을 잠시 멈추고 가수 김광석의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내보냈으며, 문성근 후보는 아버지 문익환 목사의 '역사를 산다는 건 벽을 문이라 여기고 박차고 나가는 것'이라는 시구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gatsby@yna.co.kr
201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