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소통 2012 법문화 축제' 시민 등 1000여명 참여 성황
가족헌법, 가훈 만들기 인기… "가족간 '소통'도 중요" 어깨띠 두른 법원장, 떡볶이 만드는 부장판사… 시민에 다가간 법관연예인 사인회 성황, 법정 영화엔 한산… "소송당사자와 소통에 힘써야" 지적도
"일부 사람들의 잘못으로 법원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지만 요즘처럼 노력하면 곧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봐요. 오늘 행사도 와서 보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서울중앙지법(원장 이성보)이 지난 4일 오후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연 '소통 2012 법문화 축제'를 보기위해 전남 여수에서 왔다는 정길자(50·여)씨는 "먼 길을 올라왔지만, 피곤한 줄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10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국민과 소통하고 법문화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시민들을 청사로 초청해 축제를 연 것은 1948년 법원이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행사장에는 가훈 만들기, 가족 헌법 만들기, 법률문서 작성 체험, 조선 시대 판결서 등 전통 법제 자료 전시와 법정체험은 물론, 자선 바자와 먹거리 장터도 열려 축제 분위기를 돋우었다.◇가족 헌법, 가훈 만들기 인기… 가족 간 소통도 중요= 가족 헌법 만들기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조문은 '아빠, 엄마는 자녀에게 사랑해 라고 말하기'였다. 예시된 조문 중 가장 많이 채택됐다. 행사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은 "이 조문을 제일 처음 골랐다"며 "가족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루에 한 번 전화, 문자, 언어로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조문도 많은 가족이 선택했다.가족 헌법 만들기 체험 행사를 담당한 조원경(36·사법연수원 31기) 형사공보판사는 "가족 간 소통을 중요시하는 것은 법원의 노력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며 "행사에 참가한 가족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과 대화가 부족하다는 점을 느끼고 고쳐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가훈 만들기 행사. 200여개의 가훈이 만들어졌다. 참가자들이 가훈을 선택하면 서예가 경봉 곽용남, 우봉 조재호 선생이 가훈을 만들어 줬다. 최주영(46·여)씨는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을 가훈으로 골랐다"며 "가족들에게 전해 사려 깊은 행동을 하자고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띠 두른 법원장, 떡볶이 만드는 부장판사… 시민에 다가간 법관 = 자선 바자에서는 어깨띠를 두른 이성보(56·11기)원장을 비롯해 많은 판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노태악(50·16기) 형사수석부장판사는 법원 여직원들 사이에서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떡볶이와 부침개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잘 어울린다"고 격려하자 웃으면서 "열심히 돕고 있다"며 "오늘 행사로 주민과 공감대를 넓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성낙송(54·14기) 민사수석부장판사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선 바자에서 시민을 반갑게 맞아 안내했다. 이외에도 행사 부스마다 법관과 직원들이 자리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이성보 원장은 "'자주 보면 정이 들고, 만나다 보면 좋아진다'는 말처럼 법원을 편안한 마음으로 자주 찾아주고 아껴달라"며 "법원도 믿음직하고 좋은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탤런트 손현주, 윤유선, 류진씨와 개그맨 윤정수씨 등은 사인회를 열어 시민과 즐거움을 나눴다. 또 영화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과 주연 김을분 할머니 등 다양한 인사와 법관, 직원, 시민 등이 참여했다.법률문서 작성 프로그램에 동참한 개그맨 윤정수씨는 "차용증이나 합의서 등 쉽게 접해볼 기회가 없는 법률문서를 정확히 작성해 볼 수 있는 좋은 체험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양승태(64·2기) 대법원장과 김진권(62·9기) 서울고법원장, 권순일(53·14기) 법원행정처 차장, 최교일(50·15기) 서울중앙지검장 임종헌(53·16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도 시민들과 함께했다.양 대법원장은 "법원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 친교를 맺고, 서로 간 믿음을 돈독히 하기 위한 축제"라며 "법원과 국민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믿음과 사랑이 생기길 기원한다"고 격려했다.◇법정영화 한산… 소통 한계 지적도= 연예인 사인회는 시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지만 법정 영화인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상영관은 한산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도 있었다.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30대의 한 가장은 "행사의 정확한 취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된 느낌은 들지만, 법원 안으로 시민을 불러놓고 놀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는 시도 자체는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며 "판사들이 직접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고 말했다.60대의 한 변호사는 "나름의 정성을 많이 들인 것 같다"며 "법원은 재판하는 곳이므로 소송 당사자들과의 소통에도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모 기자 cnckim@lawtimes.co.kr
2012-10-07